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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하느님

마이파라다이스 2025. 5. 22. 23:03



* 보이지 않는 하느님 *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보이는 것들에 의지하며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 들리는 소리, 손에 잡히는 물질들은 우리에게 '실재'라는 확신을 줍니다. 반대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의심하거나 부정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깊이와 감각이 부족한 것일까요?

1.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가

우리는 일상에서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예를 들어 공기, 중력, 전기, 감정, 생각, 사랑 같은 것들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과 말, 희생을 통해 분명히 존재함을 느낍니다. 전기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등이 켜지는 현상을 통해 그것을 믿고 활용합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오해입니다.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감각 너머의 존재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세계, 그리고 인간 내면의 깊은 체험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2. 하느님은 체험을 통해 인식되는 존재

신앙은 단순히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체험의 문제입니다. 많은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눈으로 보아서’ 믿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서, 설명할 수 없는 위로와 인도하심을 경험함으로써 믿음을 갖게 됩니다. 예기치 않은 시련 중에도 불안 대신 평화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을 용서하게 된 마음,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 경험 등은 단순한 우연이나 심리적 착각으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인간을 초월한 어떤 ‘존재’가 우리와 함께 계심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들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대신, 마음으로 만나고 삶으로 체험하게 되는 분입니다.

3. 하느님의 침묵은 인간의 자유를 위한 배려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정말 하느님이 계시다면, 우리 앞에 분명히 나타나셔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셔야 하지 않느냐”고. 그러나 하느님은 강제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 앞에 물리적으로 드러나신다면, 인간은 자유롭게 믿음을 선택할 수 없게 됩니다. 믿음은 자유로운 인간의 결단 위에 세워져야만 진정한 신뢰가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강요에 의해가 아니라, 자발적인 사랑과 신뢰 속에서 그분을 찾고 따르기를 원하십니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의 내면에 말씀하시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우리가 스스로 그분을 선택하도록 기다리십니다. 이러한 방식은 인간을 도구가 아닌 인격체로 존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4. 역사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손길

역사를 돌아보면 하느님의 존재를 드러내는 수많은 흔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악으로 얼룩진 시대에도, 정의와 사랑을 실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마더 테레사, 성 프란치스코, 디트리히 본회퍼,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하느님의 뜻을 따라 세상을 밝힌 인물들은 하느님께 붙잡힌 삶을 살았던 이들입니다. 그들의 선택과 삶은 단순한 도덕이나 철학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사랑과 부르심에 응답했기에 가능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역사를 통해, 사람을 통해, 또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 속에서 분명히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5. 과학과 신앙,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과학의 발전이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학은 '어떻게'를 설명하는 도구이지, '왜'를 설명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과학이 자연 현상의 원리를 밝혀줄 수는 있지만, 존재의 목적과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습니다. 왜 우주가 존재하는가? 왜 인간은 사랑과 정의, 선함을 추구하는가? 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는가? 이런 질문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질문입니다. 신앙은 이 깊은 물음에 답하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통해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오히려 과학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절대자의 존재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결론: 보이지 않음은 오히려 더 깊은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하느님은 보이지 않기에 우리를 더 깊이 찾게 하십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의존한다면, 우리는 일상의 표면에 머물 뿐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향해 마음의 눈을 열 때, 우리는 세상의 이면과 삶의 궁극적인 의미에 다가가게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 곁에 늘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 그분은 침묵 속에서도 끊임없이 말씀하시며,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한 맹신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존재적인 믿음이며, 사랑과 진리를 향한 인간의 가장 깊은 응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