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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친구

마이파라다이스 2025. 6. 19. 13:43



* 백년 친구 *

어릴 적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함께 자란 친구가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 하나를 나눠 쓰며 교복 바지를 질질 끌고 걷던 그 친구. 시험 성적이 나빠 부모님께 혼날까 무서워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를 옆에서 말없이 함께 걸어주던, 내 인생의 오랜 동반자다.

시간이 지나 서로 다른 학교에 진학하고, 각자의 삶에 바빠 자주 보진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와는 언제 만나도 어제 본 것처럼 편안했다. 말 한 마디 없어도 통하는 묘한 끈, 바로 그것이 진짜 ‘백년 친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백년 친구란 단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이 아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잘 나갈 때나 어려움을 겪을 때 변함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다. 나의 모든 모습을 보고도 등을 돌리지 않는 사람, 때로는 따끔한 충고도 서슴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백년 친구는 단순히 ‘친한 친구’와는 다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걸어온, 마음 깊이 연결된 관계다.



내 백년 친구는 세월이 흘러 머리에 흰 눈이 내릴 때까지도 내 곁에 있을 사람이다. 서로 가족이 생기고 삶의 무게가 달라져도, 명절에 전화 한 통 놓치지 않고 안부를 묻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웃음꽃을 피우는 그런 친구다. 힘든 일을 털어놓으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 한마디로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사람,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그 따뜻함이 바로 백년 친구의 힘이다.

백년 친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 속에서 쌓여가는 것이다. 수많은 오해와 다툼을 이겨낸 뒤에야 비로소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때로는 떨어져 지내는 시간 속에서도 그 우정은 단단해진다. 그래서 백년 친구는 나이와 환경을 초월한, 진정한 인생의 선물이다.

누구에게나 백년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그런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가진 셈이다. 나도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그 우정을 지켜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언젠가 함께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공원을 걷는 날이 오더라도, 서로를 향한 웃음만은 변하지 않기를. 그게 바로 내가 꿈꾸는 백년 우정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