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

* 시절 인연 *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러나 그 모든 만남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어떤 인연은 짧게 스쳐 지나가고, 또 어떤 인연은 평생의 흔적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종종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말 그대로 '그 시절'에 맺어졌던 특별한 인연이다.
시절 인연은 때로는 학창 시절의 친구일 수 있고, 어떤 때는 인생의 한 시기에 우연히 만났던 스승이나 동료일 수도 있다. 그들은 우리의 삶에 깊이 자리 잡기도 하고, 잠시 머물다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 시절의 정서와 감정, 그리고 함께한 기억이 지금까지도 선명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가끔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구를 떠올린다. 우리는 하루 종일 들판을 누비고, 해가 질 때까지 함께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어느 날 우연히 SNS에서 그의 근황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시절의 향기와 웃음이 순간 떠올랐다. 비록 지금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때의 인연은 내 마음속에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 있다.
시절 인연은 그 시기에만 맺어질 수 있는 독특한 감정이 있다. 만약 우리가 다른 시기에 만났다면, 과연 같은 인연이 되었을까? 환경, 나이, 마음가짐이 모두 달랐다면, 서로를 그렇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시절 인연은 타이밍의 예술인지도 모른다. 같은 길 위를 걷는 그 순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갔기에 가능한 인연.
인생이 흐르고,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또 얻는다.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고, 낯선 이들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절 인연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나의 한 부분을 함께 살아낸 존재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연히 마주친 시절 인연이 다시 이어질 때도 있다. 그 순간은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서로의 주름진 얼굴과 달라진 삶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따뜻한 공감과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이어지든, 다시 멀어지든, 그 인연은 이미 한 번 우리의 삶을 환하게 비춰준 빛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나간 인연들을 소중히 여긴다. 다가오는 인연들도 언젠가는 또 하나의 ‘시절 인연’이 될지 모르기에, 더 성심껏 대하고 싶다. 우리의 삶은 결국 수많은 인연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시절 인연은, 언제나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추억의 불씨다.